635 결국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이 하느님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를 듣는 이들을 살게”(요한 5,25) 하시고자
죽음의 심연으로 내려가셨다.
“생명의 주관자”이신 예수님께서는
“죽으심으로써,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악마를 멸망시키시고
한평생 죽음의 공포에 싸여 살던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셨다”
(히브 2,14-15).
이제부터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죽음과 지옥의 열쇠를 쥐고 계시며”(묵시 1,18),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이
예수님의 이름을 받들어 무릎을 꿇을 것이다”(필립 2,10).
오늘 깊은 침묵이 온 땅을 덮고 있습니다.
하나의 깊은 침묵이요 고독입니다.
임금님께서 주무시기에 깊은 침묵입니다.
하느님께서 육신을 지니고 잠드셨으며,
옛적부터 잠들어 있던 이들을 깨우러 가셨기에
땅은 떨며 말을 잃었습니다.
……주님은 잃어버린 양인 원조 아담을 찾아가십니다.
주님은 죽음의 그늘 밑,
어두움 속에 앉아 있는 모든 이를 만나러 가고자 하십니다.
그들의 하느님이며 동시에 그들의 후손이신 그분은
아담과 함께 묶여 있는 하와를 고통에서 해방시키고자 찾아가십니다.
……“나는 너의 하느님이지만 너를 위하여 너의 아들이 되었다.
……잠자는 너는 잠에서 깨어나거라.
지옥의 사슬에 매여 있도록 너를 창조하지 않았다.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어나 나오너라.
나는 죽은 자들의 ‘생명’이니라.”